“마음의 즐거움은 양약이라도 심령의 근심은 뼈를 마르게 하느니라.”(잠언 17:22)
근심(anxiety)은 마음이 놓이지 않아 속을 태우는 일 또는 걱정을 뜻한다. 그런데 이러한 근심 또는 불안, 초조, 긴장, 놀람 등은 인체의 교감신경을 예민하게 작동시키기 때문에 심장을 자극하며, 그 결과 심박수가 빨라지고 혈압은 높아져 동공도 커지게 된다.
그리고 손바닥과 발바닥에서 갑자기 식은 땀도 나기 시작하는데, 이 땀은 운동에 의한 땀이 아니라 뼛속에서 흘러나오는 진액이나 다름없다.
뿐만 아니라 근심(anxiety)은 대장 운동을 빠르게 하여 일반적인 음식 섭취에도 설사를 하게 만든다. 예를들어 과민성 대장증후군에 의한 설사도 이런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근심으로 인하여 인체에 교감신경이 예민해지면 대표적으로 심장과 대장이 몸살을 앓게 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일이 많으면 꿈이 생기고 말이 많으면 우매자의 소리가 나타나느니라."(전도서 5:3) "꿈이 많으면 헛된 것이 많고 말이 많아도 그러하니 오직 너는 하나님을 경외할찌니라."(전도서 5:7)
"나는 내 인생의 대부분을 일어나지 않는 일을 걱정하는 데 보냈다(I have spent most of my life worrying about things that have never happened)." ['톰소여의 모험'으로 잘 알려진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Mark Twain, 1835.11.30 ~ 1910.4.21)]
한편, 염려(念慮, anxious)는 ‘마음을 나누어 산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는 나쁜 의미의 관심을 갖는 것, 곧 세상적인 가치를 추구하느라고 노심초사하는 것을 가리킨다. "너희 염려를 다 주께 맡기라 이는 그가 너희를 돌보심이라."(베드로전서 5:7/개역개정)
어느 심리학자는 염려를 ‘느린 형태의 자살’이라고 묘사했다. 염려는 비전도 희미하게 만들고, 열정도 사라지게 만든다. 삶의 활력도, 신앙의 맛도 빼앗아간다. 또한 염려는 건강도 훔쳐간다. “마음의 즐거움은 얼굴을 빛나게 하여도, 마음의 근심은 심령을 상하게 하느니라.”(잠언 15:13)
이러한 염려의 무익함을 아시는 예수님께서는 자연의 교훈을 통해서 염려하지 말 것을 가르쳐 주셨다. "그러므로 염려하여 이르기를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하지 말라 이는 다 이방인들이 구하는 것이라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줄을 아시느니라.”(마태복음 6:31∼32)
공중의 새는 창고에 먹이를 쌓아 놓는 법이 없다. 하지만 그들은 걱정하지 않고 잘도 살아 간다. 바울 역시 이러한 염려를 치료하는 유일한 방법이 '하나님께 아뢰는 것'이라고 권면한다.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오직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peace of God)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빌립보서 4:6-7)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이 염려할 것이요 한 날의 괴로움은 그 날로 족하니라."(마태복음 6:34) "하루 이틀 사이에도 만가지 기(幾)틀이 생겨난다." [一日二日萬幾(일일이일만기) / 서경(書經) 고도모(皐陶謨)]
찬송가 455장(주안에 있는 나에게)은 1898년에 히윗(Eliza Edmunds Hewitt, 1851∼1920) 여사가 작시하고, 커크패트릭(W.J. Kirkpatrick, 1838-1921)이 작곡한 찬송이다. 히윗(Hewitt) 여사는 1887년 겨울 어느날 불량소년을 교화하다가 그 소년으로부터 등뼈를 얻어 맞아 겨울부터 이듬해인 1888년 여름까지 장장 7개월 동안 병상에 꼼짝 못하고 누워서 척추의 치료를 받고 있었다.
그녀는 원래 경건하고 신앙이 굳세었지만, 오래 병상에 누워 대소변까지 받아 내는 투병생활에 신경이 날카로워졌고 매사에 짜증과 자신을 가해한 소년에 대한 증오와 미움에 견딜 수 없는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1888년 어느 화사한 늦은 봄날 아침, 병실 청소를 하던 청소부인 흑인 여자가 빗자루질을 하면서 흥얼거리며 즐거워하는 모양이 눈에 들어 왔다.
그렇지 않아도 따뜻한 봄날 마음대로 밖에 나가지 못하고 있던 히윗 여사가 그 청소부에게 버럭 역정을 내었다. "이봐요, 청소부 주제에 뭐가 그리 좋다고 생글거리는 거예요?" 그러자 흑인 청소부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좋지 않다니요. 나에게 닥친 모든 형편과 처지가 찬송으로 바뀔 수 있는 힘을 주님이 주셨으니 즐거울 수 밖에요!" 이 말에 히윗 여사는 감전된 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렇다. '평생 주님의 일을 해온 나에게 이런 시련을 내리시다니'하고 원망만 하지 않았던가!" 깊은 회한과 애통이 그녀의 입술에서 터져 나왔다. 그리고 히윗 여사는 자신의 참회를 원고지에 적어 나갔다.
"예수께 의지하는 마음을 매어 답니다. 어떤 병이라도 이것을 금할 수 없다. 찬송 부르며 내 인생의 길을 따라 걷네. 주를 찬양하며, 예수께서 내 짐을 들어 주시네." [우리말 찬송 455장은 원문과 상당히 다르게 의역되어 있다.]
그 이후부터 히윗 여사의 병상 투병생활은 기쁨의 시간이 되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척추는 치료되었으며, 가해 소년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주의 율법을 버린 악인들을 인하여 내가 맹렬한 노에 잡혔나이다 나의 나그네 된 집에서 주의 율례가 나의 노래가 되었나이다."(시편 119:53-54)
그 후 히윗 여사는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어 다시 공립학교의 교편을 잡았고, 나머지의 인생을 청소년들을 교화하는데 바쳤다. 이러한 히윗 여사가 작시한 찬송이 우리 찬송가에 6곡(352, 362, 455, 483, 488, 506)이나 수록되어 있다.
"주 안에 있는 나에게 딴 근심 있으랴 /십자가 밑에 나아가 내 짐을 풀었네 / 주님을 찬송하면서 할렐루야 할렐루야 / 내 앞길 멀고 험해도 나 주님만 따라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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